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회만 오면 잘할 수 있는데." 그런데 실제로 기회는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오늘 연락이 와서 모레 오디션인 경우가 흔합니다. 그 이틀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 순서가 반대입니다
기회가 온 다음에 준비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그 기회가 기회로 쓰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중요한 순간을 맞으면 놓칠 가능성이 큽니다.
배우라는 직업은 평소의 모습이 특히 중요합니다. 다른 일이라면 통보를 받고 준비할 시간이 있지만, 캐스팅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작 일정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배우 사정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때 가서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때가 오면 시간이 없습니다.
연락이 왔을 때 바로 답할 수 있는 상태인지 점검해 보십시오.
- 최신 프로필이 지금 바로 보낼 수 있는 상태인가. 사진이 1~2년 전 것은 아닌가.
- 연기 영상이 있는가. 요청받으면 바로 링크를 줄 수 있는가.
- 지금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대본이 하나라도 손에 있는가.
- 평일 낮에 오디션이 잡히면 갈 수 있는 상태인가.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막힌다면, 지금 연락이 와도 그 기회를 온전히 쓰기 어렵습니다.
연락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캐스팅 공고 상당수가 마감일을 명시하지 않습니다. 캐스팅맵에 정리된 공고들만 봐도 접수 마감이 적힌 건이 소수입니다.
마감일이 없다는 건 아무 때나 여유 있게 넣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필요한 배역이 채워지면 그 시점에 조용히 끝납니다. 공지가 따로 나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촬영이 시작되면 그 배역은 더 이상 뽑지 않습니다. 크랭크인 일정이 사실상 마감일입니다.
- 반대로 촬영 중인 작품은 회차마다 단역이 계속 필요합니다. 한 번 넣고 끝이 아닙니다.
- 그래서 "공고를 보고 준비를 시작"하면 대개 늦습니다. 준비는 공고와 무관하게 굴러가고 있어야 합니다.
프로필을 미리 만들어 두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공고를 보고 나서 사진관을 알아보기 시작하면 그 작품에는 넣지 못합니다.
반대편 함정도 있습니다. 금방 뚝딱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입니다.
나무를 심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심자마자 자라지 않습니다. 몇 달, 몇 년을 기다려야 하고 그동안 물과 햇빛과 날씨가 함께 작용해야 열매가 맺힙니다. 빨리 자라라고 무리하게 잡아당기면 오히려 제대로 자라지 못합니다.
배우도 같습니다. 빨리 알려지고 싶어서 급하게 기회를 쥐면, 그 기회가 아직 익지 않은 상태로 쓰입니다. 준비가 덜 된 채로 큰 자리에 서면 결과가 남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자리를 다시 얻기가 어려워집니다.
과일이 익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배우에게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여기서 오해가 하나 생깁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버티면 된다"로 듣는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방식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시간만 지나고 실력은 제자리입니다.
계속한다는 건 반복이 아니라 발전이어야 합니다. 매번 준비의 질이 다르고, 개선의 속도가 다른 것입니다. 지난번과 다르게 준비하는 방법을 하나라도 찾아내는 쪽이 오래 버티는 쪽보다 빠릅니다.
준비는 거창하게 시작하는 게 아니라 작은 것부터 쌓는 습관입니다. 순서대로 해보시면 됩니다.
- 오늘 안에 프로필 사진이 최신인지 확인합니다. 아니면 촬영 일정부터 잡습니다.
- 이번 주 안에 연기 영상을 하나 찍어 링크로 만들어 둡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없는 것보다 낫습니다.
- 대본 하나를 정해 늘 손에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르게 읽어 봅니다.
- 접수한 곳과 날짜를 기록해 둡니다. 어디에 넣었는지 모르면 연락이 와도 당황합니다.
이렇게 해두면 연락이 왔을 때 준비에 쓸 시간을 연습에 쓸 수 있습니다. 그 차이가 결과를 가릅니다.
- 기회는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연락이 온 뒤에 준비하면 늦습니다.
- 프로필·연기 영상·대본·일정, 이 넷은 평소에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 빨리 되려고 급하게 기회를 쥐면 익지 않은 채로 쓰입니다.
-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버티라는 뜻이 아닙니다. 매번 다르게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 준비는 오늘 작은 것부터 시작합니다.
준비가 되었다면 다음은 실제로 넣어 보는 것입니다. 지원해 보지 않으면 준비의 어디가 부족한지도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