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모델을 시작해도 될까요?" 요즘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늦었다고 볼 필요가 없습니다. 보통 40대 후반부터 50대, 60대에 시작하는 분이 많고, 간혹 70대에 도전하는 분도 있습니다.
다만 시작하기 전에 꼭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시니어 배우·모델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는데, "이 시장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배우고, 어떤 일이 들어오고, 현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차례로 정리하겠습니다.
시니어 배우와 모델을 교육하는 곳이 몇 년 사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대학교 평생교육 과정에도 있고, 여러 연기학원과 모델 에이전시 부설 학원에서도 시니어반을 따로 운영합니다.
예를 들어 강남 역삼역에 있는 MBC아카데미 연극음악원 강남본점에서도 이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M캐스팅, W캐스팅이 진행하는 작품의 오디션 기회로 이어지는 경로가 있습니다. 캐스팅맵 투어 지도에도 두 캐스팅사의 프로필 접수함이 같은 건물에 등록돼 있습니다.
어디서 배우든 기준은 하나입니다. 배운 뒤에 실제 현장, 즉 오디션이나 캐스팅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지를 확인하세요.
시니어 지망생이 늘면서 처음부터 고액을 요구하는 곳도 생겼습니다. 상담을 갔더니 "활동을 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며 교육비로 300만 원 이상을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에이전시라고 소개하면서 전속으로 활동하게 해 주겠다고 한 뒤, 결국은 강의비를 결제시키는 방식도 있습니다. "지금은 당장 활동이 어려우니 교육이랑 같이 하자"는 식으로요. 이름은 에이전시지만 실제로는 학원을 다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제가 드리는 기준
처음부터 수백만 원을 먼저 내라고 하면 일단 멈추세요. 정상적인 에이전시는 일이 성사됐을 때 수수료를 받는 구조입니다.
"전속 활동"과 "교육비 결제"가 한 세트로 나오면 에이전시가 아니라 학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활동을 하고 싶다면 캐스팅 디렉터가 있는 곳으로 가세요. 배역을 실제로 뽑는 사람에게 프로필이 닿아야 일이 생깁니다.
시니어 모델이라고 해서 패션 화보만 떠올리면 실제 시장과 어긋납니다. 시니어 배우·모델이 많이 하는 일은 이렇습니다.
- 드라마·영화 보조출연과 단역
- TV CF 광고
- 온라인 바이럴 광고
- 보험 인터뷰 광고
- 홈쇼핑
보조출연부터 광고까지 폭이 넓어서, 처음에는 한 분야로 좁히기보다 여러 곳에 나를 알려 두는 편이 기회가 많습니다. 모델 활동과 배우 활동이 자연스럽게 겹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배우에게 프로필이 있다면 모델에게는 컴카드가 있습니다. 직장인에게 명함이 있듯, 나를 한 장으로 소개하는 자료입니다. 배우 쪽은 캐스팅 디렉터에게 프로필을, 모델 쪽은 에이전시에 컴카드를 건네는 구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컴카드에 들어가는 기본 항목은 이렇습니다.
- 나이
- 키
- 몸무게
- 사진 3~4장
사진은 젊어 보이게 꾸민 것보다 지금 모습이 그대로 담긴 것이 낫습니다. 캐스팅하는 쪽은 그 나이대의 얼굴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이전시에 따라 따로 정해 둔 양식이 있으면 그 양식에 맞춰 내세요.
교육을 마쳤다고 연락이 저절로 오지는 않습니다. 모델 활동을 하려면 스스로 존재를 알려야 합니다. 필름메이커스 같은 공고 커뮤니티에서 모집을 찾아 지원하고, 광고 에이전시를 직접 돌며 컴카드를 전달하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캐스팅맵의 광고 에이전시 투어 지도에는 강남·서초 일대 에이전시의 주소와 방문·예약 방법이 정리돼 있습니다. 하루 동선을 짜서 여러 곳을 한 번에 도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시니어 배우·모델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어려워하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 대기 시간입니다. 촬영 현장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꼭 생깁니다. 앞 장면이 길어지기도 하고, 조명과 세팅을 바꾸는 동안 몇 시간씩 대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현장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시니어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업계에서 자주 듣습니다. 현장은 수십 명이 함께 움직이는 곳이라 한 사람의 불평이 금방 눈에 띄고, 다음 섭외에도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기다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준비된 모습을 보이는 분은 다시 부르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이 시장을 알아야 한다"는 말은 결국 이런 뜻입니다. 기다림도 일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들어가는 분이 오래갑니다.
🌱 오늘의 과제
지금 내 모습을 휴대폰으로 정면, 왼쪽, 오른쪽 한 장씩 자연광에서 찍어 보세요. 보정 없이요.
그 사진을 보면서 "이 얼굴이 어떤 광고, 어떤 배역에 어울릴까"를 세 가지만 적어 보세요. 그게 컴카드와 프로필의 출발점입니다.